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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홍콩  2017/11/23, 12:00:05   
오랜만에 통로완(Causway Bay)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가족 점심 모임을 가졌습니다.

둘째 아이가 1주일간의 호주 여행을 다녀 온후, 여행담도 들을 겸 조촐한 점심에 가족들이 모이기로 한 자리였습니다. 오전 업무를 서둘러 일찍 마치고,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친절한 홀매니저가 다가와 테이블로 안내해 줬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의 점심시간은 보통 오후 12부터 시작하지만, 홍콩 현지 사무실의 점심시간은 오후 12시 30분부터 시작합니다. 그러기에,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12시가 안되어 도착한 식당은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홀 매니저의 앞선 걸음 뒤로, 테이블로 안내 받고 있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의 머릿속은” 메뉴 선택과 어떤 주제의 이야기로 가족모임을 이끌까”하는 생각으로 골똘했습니다. 비즈니스에 관한 거창한 집중이 아니었지만, 맛있는 점심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할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온 정신이 이 소소한 집중에 휩싸여 있는 동안 갑작스런 인사를 받았습니다.

식당 안에는 네 명의 손님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식사 중이었는데, 내가 이동하는 순간에 그중 한명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표정의 인사였습니다. 가족과의 만남과 설렘으로 꽉 찬 내 머리 속을 무방비적인 상태를 완전 해제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반갑게 인사해주는 상대방에 비해 저는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앗!! 누구지, 누구인데 저렇게 반갑게 인사 하는 거지?’순간 의문이 들면서 어정쩡한 모습과 의심 가득한 시선을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지금생각해도 민망한 나의 행동이었습니다.

순간적인 나의 뇌작동은 아주 빠르게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지만, 나의 뇌속 기억 데이타는 “분석실패! 찾을 수 없음”의 결과물을 보내왔습니다. 상대방의 호의에 대하여 합당한 대답과 반응을 보였어야 하는데, 오리무중 인식에 의한 당황스러움을 상대방에 완벽하게 들켜버렸습니다. 고의로 무시하거나 외면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나의 무례함(?)을 나이 탓으로 돌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60세도 안된 나는 세월 탓을 할 자격이 있는 걸까? ‘나이가 먹으니, 기억이 나질 않아,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굴까, 대학교 후배 와이프 인 것 같기도 하고, 거래처와 관련 된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안나네, 휴~~’ 입술움직임이 없는 나의 웅얼거림을 그 여성분은 듣지 못했을 겁니다.

미안한 마음과 당황한 모습으로 허둥지둥 안내 받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반갑게 인사해준 그 여성분도 나의 이러한 행동에 황당해 하는 듯 했습니다.
먼저 인사해준 것을 후회하는 듯한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무언가 설명하며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이런 무례함(?)에 대해 서운했을 거란 생각도 자리에 자리 잡고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분에게 다가가 “죄송하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데 누구신지요”물어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분의 상한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색한 만남이었습니다.

가족들과의 저녁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로 다시 돌아온 후에도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그래서 모바일메신저나 메모지에 신경 써서 메모해 놓는 좋은 습관이 생겼지만,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합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과연, 60 부터가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으로 다시 삼고 새롭게 출발하는 인생이라면~~

소소한 기억과 잦은 망각에 의한 이런 실수들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위로가 될까요. 의도하지 않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그 분에게 사과드립니다.
좋은 기억은 모두 간직되고, 나쁜 기억들은 모두 사라지는~~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관오(Tseung Kwan O) 거주 위클리홍콩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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