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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12
위클리홍콩  2017/11/06, 15:37:56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마의 변호사 마르쿠스 케키로가 말했듯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 아닌 어리석은 것입니다. 계약법에서도 계약의 당사자들이 실수를 하는 것을 적당한 선에서 이해하는 법정책 (Legal Policy)이 있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완벽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의 당사자들 간에 법률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계약의 이행이 어렵거나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로 실수 (Mistake)나 차질 (Frustration)로 인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입니다.

실수 (Mistake)와 차질 (Frustration)의 법리적 차이는 한가지 입니다. 실수는 계약이 체결되기 전이나 체결 당시부터 존재했던 상황에 의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에 적용되지만, 차질은 계약이 체결된 후 발생한 상황에 의해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적용됩니다. 즉 계약의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든 상황이 발생된 시점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다른 것입니다.

실수에 의해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첫번째는 계약을 통해 당사자들이 거래하려고 했던 물건 또는 계약의 대상이 사라진 경우입니다 (Res Extincta 법리). 1903년 스콧 v 쿨슨 (Scott v Coulson)이라는 영국의 판례에서는 쿨슨이라는 사람이 먼 곳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를 위해 보험회사와 생명 보험 (Life Insurance)을 계약했으나 피고와 원고도 모르는 사이 계약의 대상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경우였습니다. 본 사건에서 영국 상고 법원은 계약의 체결 당시 계약의 대상인 어머니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계약은 실수에 의해 체결된 것이라 판단하고 계약을 취소하였습니다.

두번째는 계약을 통해 거래하려고 했던 물건 또는 대상의 주인이 구매자인 경우입니다. 이는 곧 "자신이 소유한 것을 자신이 구매할 수는 없다" (Res Sua)라는 법리가 적용되어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1867년 영국 대법원 판례인 쿠퍼 v 핍스 (Cooper v Phibbs)에서는 조카가 삼촌으로부터 양식장을 임대하여 어업에 종사하였습니다. 삼촌이 돌아가신 이후 조카는 삼촌의 부인인 이모와의 재계약을 통해 양식장을 계속해서 임대하였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삼촌은 유언장을 통해 조카에게 양식장을 물려준 것이었습니다. 조카는 결국 자신이 소유한 양식장을 다시 자신에게 임대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모와 체결한 임대계약서는 실수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서 취소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두 사례들 모두 계약이 체결되기 전이거나 체결 당시 존재했지만 미처 지각하지 못했던 상황들로 인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져 계약 취소가 인정되었던 판례들이었습니다. 반면 차질 (Frustration)에 의해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는 계약의 체결 이후 일어난 상황들에 의해 계약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1943년 판례인 피브로사 v 페어베언 (Fibrosa v Fairbairn)에서는 폴란드 주재 회사가 영국의 한 회사로부터 직물기계를 구입하는 계약을 1939년 7월에 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1일 세계 2차대전 발발과 동시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이틀 후인 9월 3일 영국이 독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면서 영국과 폴란드 사이에 수출입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독일에 점령당한 폴란드에 직물기계같은 기계들을 수출하면 독일군 군수 물자 생산에 씌일 것이 뻔하였기 때문입니다. 해당 판례에서 법원은 이같이 국법에 의해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는 계약 이행에 불가피한 차질 (Frustration)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고 해당 계약을 취소하였습니다.

이처럼 실수나 차질에 관련된 법리들에 의해 완벽하게 작성되고 체결된 계약서들도 그 효력을 잃을 수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 악의를 품고 계약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상황이 아닌, 법원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공정하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도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필자가 잠시 대리했었던 한 사건에서는 A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에게 자동차를 팔았고, 또 B라는 회사는 C라는 회사에게 그 자동차를 팔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 차는 애초에 A사 회사 소유가 아니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결국 A라는 회사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 않았던 자동차를 실수로 팔아 넘긴 것이었고 따라서 A와 B사이의 매매 계약서는 취소되었습니다. 자동차는 이미 C회사에게 팔아 념겨진 상태였지만 A와 B사이의 계약서가 취소됨으로 인해 B와 C사이의 매매 계약서도 동시에 취소되었습니다. 실수로 인해 체결된 계약으로 인해 번거롭게 다른 소비자 회사들도 손해를 본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계약법은 정의의 실천과 법의 운용 (Operation of Law)을 위해 때로는 다른 비교적 작은 손해들도 감수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더 큰 손해를 막기위해 다른 작은 손해를 불가피하게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보통법 (Common Law)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법정책이며 나아가 사회가 인정하는 법의 순리인 것입니다.

다음주에는 계약의 위반에 대하여 논해보겠습니다. 위반의 종류, 그리고 위반 시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손해배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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