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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 변호사의 법률칼럼 - 11
위클리홍콩  2017/10/28, 16:11:03   
이동주 법정변호사
약속, 그리고 계약 (본론) - 강요, 부당한 영향 그리고 비양심


아무리 완벽하고 명확하게 작성된 계약서라 하더라도 무효 처리가 되어 그 법적 효력을 잃을 수 있는 법입니다. 허위진술같은 거짓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고, 그렇게 체결된 계약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경우 우리는 계약법이 약자의 편에서 그 계약을 취소시키고 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고 했습니다.

꼭 허위진술을 통해 작성된 계약서가 아니더라도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로 강요 (Duress), 부당한 영향 (Undue Influence) 또는 비양심 (Unconscionableness)에 의해 체결된 계약의 경우입니다.

강요 (Duress)라는 것은 여러 종류로 나뉘어 지지만 보통 어떠한 폭력이나 협박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무력이나 압력를 통해 상대방에게 계약에 서명하는 것 외에 사실상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아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입니다. "Signed at gunpoint" (총 끝에서 체결된 계약서)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쉽게 말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따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부당한 영향 (Undue Influence)에 의해 체결된 계약에 관한 법리 (Legal Principle)는 더욱 광범위합니다. 1887년 영국 얼카드 v 스키너 (Allcard v Skinner)라는 판례에서도 강조 되었듯 "부당한 영향"이란 법리의 정의는 그 범위가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적용되는 분야가 끝이 없이 넓은 법리입니다. 강요를 넘어 여러가지 압력에 의해 계약이 체결된 상황에 적용되는 법리이며, 보통 누군가의 신임 (Trust and Confidence)을 악용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 적용됩니다.

비양심적인 거래 (Unconscionable Bargain)에 의해 체결된 계약의 경우엔 보통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 불공평한 협상력 또는 정보가 존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소액을 주고 계약을 체결, 토지를 매매하였으나 실제 매매된 땅의 값이 훨씬 고가여서 사실상 헐값에 토지가 매매된 경우입니다. 보통법 (Common Law)에선 헐값이라도 그 계약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으나 본 법률 칼럼에서 나중에 다룰 형평법 (Equity)이라는 것에 의하여 그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계약법에서 강요, 부당한 영향 그리고 비양심에 관련된 법리들은 많은 부분 겹쳐져 있습니다. 그만큼 약자 또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려는 법의 범위가 넓다는 뜻이며 이것은 곧 일관되게 정의를 실천하려는 계약법의 또다른 얼굴인 것입니다.

나아가 홍콩에서는 비양심적 계약 법령 (Unconscionable Contracts Ordinance)이라는 법을 통해 이미 보통법에 존재하는 법리를 성문화 하였습니다. 관련 법령 제 5조를 보면 "비양심적인 계약은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적혀있지만 실제로 무엇이 "비양심적"인지에 대해서는 정의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무엇이 "비양심적"이었는지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전후 사정과 맥락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즉 판사는 그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황 (All Circumstances)을 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해당 계약이 비양심적으로 체결되고 거래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그동안 보통법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경제적 강요 (Economic Duress)라는 법리가 1976년 시본과 시보터 (The Siboen & Sibotre)라는 판례 이후 점차 인정되었습니다. 경제적 강요란 일종의 협박으로, 상대방의 약한 경제적 상황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계약의 체결을 이뤄내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갑과 을의 관계를 지나치게 이용하여 사실상 강요에 의해 계약을 이뤄내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강요의 정황이 확실하게 보여진다면 법원은 해당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나아가 약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한까지 부여합니다.

앞서 말한 시본과 시보터 (The Siboen & Sibotre)라는 판례의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의 회사가 자금이 부족하고 부도위기에 처하였으니 좀 더 싼 값에 선박을 팔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그동안 좋은 고객이었고, 이 외 아직 피고에게서 받지 못한 잔금이 남아있어 원고도 피고의 부도를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훨씬 저렴한 값에 선박을 팔았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피고는 전혀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으며 그 모든 말이 거짓임이 밝혀졌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해당 계약이 사실상 경제적 강요에 의해 체결된 것이라고 보고, 계약을 취소, 모든 손해배상을 허락하였습니다.

강요 또는 부당한 영향, 그리고 비양심에 관련된 법리들 모두 결국엔 계약법을 통해 교활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또, 그 범위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약자나 소비자들, 또는 법에 무지한 사람들을 지키는 보호망도 넓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어서 다음주엔 실수에 의해 체결된 계약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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