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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 변호사의 법률 칼럼 – 7 클래펌행 버스를 탄 사람
위클리홍콩  2017/09/28, 21:06:14   
“약속, 그리고 계약 (기본)-클래펌행 버스를 탄 사람”

 

민법에서 "클래펌행 버스를 탄 사람(the man on the Clapham omnibus)" 이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보통사람(Reasonable Person)"을 일컫는 법학 전문구절입니다. 1903년 영국 상소 법원 판례인 맥과이어 V 웨스턴 모닝 뉴스(McQuire v Western Morning News)에서 유래된 문구로, 민법 관련 소송 시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적용되는 일종의 법률적 기준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홍콩 같은 보통법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사소송에서는 법률만큼 중요한 것이 사실관계입니다. 여러 사건들에 적용되는 법은 같을지 모르지만 각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내려지는 판결은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계약서 한 장 없이 친구만 믿고 돈을 투자하였다가 배신을 당한 경우, 우리는 법이 우리 편에 서 있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발생 시 법원은 객관적인 관점, 즉, 클래펌행 버스를 탄 사람 같은 보통사람(Reasonable Person)이라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를 물어봅니다.

계약서도 한 장 없으니 피해자와 그의 친구 사이에 계약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일원 한 푼도 배상받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계좌에서 그의 친구 계좌로 돈이 송금된 정황(사실관계 1), 그 외 둘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 등의 정황(사실관계 2)이 존재한다면 법원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계약의 존재를 인정할 것입니다. 클래펌행 버스를 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질문을 물어보는 것을 법에서는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이라고 합니다. 친구의 돈을 받아간 피고의 입장에선 계약이 존재하지 않으니 배상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혹은 친구한테 선물로 받은 것이며, 투자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었다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낱 자신의 주관적 생각 (Subjective Test)에 불과하며, 판사는 그 사람의 주관적 입장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로지 클래펌행 버스를 탄 보통 사람, 우리같이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계약이 존재했는지를 객관적 기준에서 보고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계약법의 기본입니다. 계약이 형성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청약 (Offer)과 승낙(Acceptance), 그리고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계약 당사자들의 의도 (Intention)의 존재여부 모두 객관적 기준에서 보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객관적 판단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증거물들이며, 그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법원은 계약의 존재여부를 판단하고 또 그 계약에 필히 존재했거나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계약조건(Terms and Clauses)들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합니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살 때에도 적용되는 원리는 같습니다. 편의점은 시원한 음료수를 10불에 팔겠다고 청약(Offer)을 한 것이며, 소비자는 10불을 지불함으로서 그 청약을 승낙(Acceptance)한 것입니다. 이로써 편의점과 소비자 사이에는 계약이 형성된 것입니다. 지불 후 음료수를 마셨을 때 음료가 상했다면 계약의 위반(Breach of Contract)인 것입니다. 음료수를 팔 때 그 음료수가 유통기한을 지나지 않았다라는 것은 그 어느 누가 보아도 필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계약 조건 (Terms and Clauses)이기 때문입니다. 서면으로 명시된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계약법은 소비자 편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클래펌행 버스를 탄 사람. 2008년 미국에서 수입되어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고기를 사지 않았던 우리 같은 보통 사람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광화문으로 달려가서 시위에 참여하는 보통 사람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클래펌보단 광화문행 버스를 탄 사람이라고 칭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엔 계약의 기본이 되는 다른 원리들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는 본지 법률 칼럼을 통해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합니다.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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