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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이 만나야 하는 이유
위클리홍콩  2017/02/09, 23:30:21   
최 은 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고문)
귀향선물 바리바리 싸들고 고향으로 향하는 차량행렬과 정겨운 덕담으로 훈훈함 넘치는 음력설이다. 저승에 가서도 북한에 두고온 부모님 못알아뵐까 걱정인 우리같은 이산가족들은 심장이 녹는 애끓는 시즌이기도 하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변함없이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협박을 일삼으며 불안을 조성했다. 지난해 1월과 9월엔 두차례나 핵도발을 한데 이어 24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아까운 외화를 공중에 뿌렸다. 이에대해 UN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북한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밴달(Thomas S. Vandal) 주한 미8군 사령관도 지난해말 한 강연에서 “김정은의 수차례에 걸친 무력도발을 지적하면서 지금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북한 김정은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최종적으로는 한반도를 통일할 준비태세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북한 김일성의 6.25 남침도발로 끔찍한 전쟁의 참화를 겪었고 평생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세대는 물론, 전쟁광인 북한 김씨정권 탓에 평화유지비로 거액의 세비를 집행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미심장한 말이다.

북한당국이 대한민국 국민을 돈벌이 대상으로 이용해 왔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가족상봉, 서신교환 열망까지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등 외화벌이와 연계시켜 왔다.

한국정부는 9년전인 2008년 북한 금강산에서 발생한 ‘북한軍의 대한민국 민간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또 지난해 1월 북한이 4차 핵도발을 하자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된다고 판단하고 2월부터 ‘개성공단 운영 중단’이라는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이같은 조치들로 인해 북한은 대한민국에서 손쉽게 벌어들인 돈줄이 막히는 등 타격을 입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한국의 가족들이 북한 혈육에게 건네준 달러를 전액 회수하고 대신 헐값의 공식환율에 따라 북한돈을 줬다고 한다. 김정은 역시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한국기업으로부터 받은 달러 월급 전액을 강탈한 뒤 근로자에게는 소량의 식량이나 생필품 교환권만 줬다고 한다. 강탈한 근로자들의 달러는 김정은 일가의 호화사치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노동당 산하 39호실이 모두 독식했다고 한다.

이런 부조리한 북한정권을 상대로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유는 ‘단 한명의 이산가족이라도 죽기전 고향땅을 가까이서 밟아보고 헤어진 가족과 재회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당국은 인내심을 갖고 대북설득을 통해 남북한 고위급회담을 성사시켰고 남북합의에 따라 2015년 10월 제20차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그 이후 더 이상 이산가족 재회사업에 호응하지 않았다. 2015년 12월11일부터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열린 ‘제1차 남북당국 회담’에서 북한은 한사코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결부시켜 동시 추진을 주장했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후 남북당국간 회담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 대한민국으로부터 달러를 더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김정은은 지금까지 이산가족 재회와 당국회담을 막고있는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한국의 상봉 신청자만해도 13만 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봉의 수혜를 누린 사람은 겨우 2천명에 불과하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한국내 상봉 신청자 중 과반수인 6만8천여명은 유명을 달리했고, 생존한 6만2천여명중에는 70대 이상이 85%에 육박한다. 시간적으로도 그 절박함을 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령의 이산가족을 위해 김정은은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재회를 막는 반인도적 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남북 이산가족들의 가족권은 1948년 UN총회가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어있다. “어느 누구도 가정, 주거 등에 대해 자의적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이 그 규정이다. 이후에도 가족권은 국제인권법 속에 기본 인권항목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즉 “자기 가족과 연락을 취하고 재결합할 수 있는 권리”를 국제규약으로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가족권은 1949년 ‘전시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 협약’과 1977년 ‘제네바협약 제1 추가의정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산가족이 상호연락을 회복하고 재회하려는 목적으로 행하는 조회에 대해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용이하게 해야한다”는 규정 등이 그것이다. 유엔도 1989년 ‘실향민 처리지침’(Guiding Principles on Internal Displacement)을 통해 가족권을 명문화했다. “실향민은 행방불명된 친족의 생사와 소재를 알 권리를 가지며 ... 사망한 친족의 묘소를 방문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정유년에는 이러한 국제법 규정에 따라 ‘김정은이 가로막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 재결합 사업이 인권회복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UN 등 국제사회도 인권 차원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의 전면적 생사 확인과 성묘단 교환방문 등이 성사되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 지금도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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