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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나의 홍콩 인턴기 - 박미소
위클리홍콩  2019/09/24, 17:28:21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니 마냥 무더운 줄만 알았던 홍콩에도 가을이 오기 시작 하나보다. 오빠와 홍콩에 온지 3개월이 되어간다. 운이 좋게도 우리 남매는 홍콩에서 인턴을 같이 하게 되었다.

처음 홍콩에서 정착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홍콩을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 때문이었다. 평균 2년을 기준으로 계약하는 홍콩에서 6개월 렌트는 찾기 어려웠고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맞는 적당한 가격의 집을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홍콩 섬을 샅샅이 뒤지며 수많은 부동산을 가보았지만 우리가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우리 남매가 살 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러다 길바닥 신세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구했다. 우리의 러블리 하우스는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90년대 집 같지만 월세 200만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집이다. 더군다나 엘리베이터 조차 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6층을 오르내려야 한다. 어렵게 구한 집인 만큼 운동도 시켜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홍콩에 온 인턴들을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직장에서도 만족도가 높고 직장 이외 생활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사 설립을 도와주는 컨설팅 회사에 다닌다. 나의 업무는 주로 외근을 나가는 것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만 보는 것 보다 홍콩 빌딩 숲을 누비며 외근을 다니는 것이 적성에 더 잘 맞다. 평소에 가보기 힘든 고등 법원이나 대기업 사무실, 각종 유명한 은행 본사에 자주 다니다 보니 가끔은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듯 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또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인 우리 회사 분위기도 좋다. 회사 직원 분들은 무더운 날씨에 외근 다니는 나를 걱정해 주시며 시원한 것을 챙겨 주시고 먹을 것이 부족한 인턴을 위해 반찬도 챙겨주시는 등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신다. 일이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면 참기 어렵다는 말을 익히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두가지 모두 해당 되지 않는다. 일하는 것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직원들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직장 이외의 생활은 평일과 주말로 나누어진다. 우선 퇴근 후에는 늘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우선 퇴근을 하고 오빠와 같이 마트에 저녁 장을 보러 간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를 체험 할 수 있는 마트에서 장보기란 재미있다. 장바구니 한가득 재료를 사오면 요리를 시작한다. 홍콩에 와서 비싼 물가 때문에 외식을 하는 것 보다 직접 해 먹는 요리가 가격대비 만족도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음식 솜씨가 나보다 나은 오빠가 요리를 했지만 요즘에는 내가 요리에 재미를 붙이면서 오빠는 설거지 담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맛있게 밥을 먹은 후 각자 운동을 하러 간다. 오빠는 돈 내고 쇠덩어리를 들었다 놨다 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고 나는 예쁘게 꾸며놓은 바닷가 주변의 산책로를 걷는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운동하는 것은 하루의 소확행 중 하나이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반복적인 저녁 일상이지만 이러한 건강한 생활 패턴에 오빠와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주말은 휴식과 일탈의 시간이다. 하루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고 또 하루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관광객이 되어 홍콩을 여행한다.

인턴으로 미리 직장 생활을 경험해보고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하루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나는 홍콩생활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있지만 다른 직장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퇴근 한 후 피곤해서 다른 것들을 할 힘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평생을 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일 카네기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재미없어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나는 나의 인생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에 소비하는 것 보단 즐길 수 있으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쏟아 붓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직 찾지 못하여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하지만 곧 내가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도 든다. 정식으로 직장인이 되기 전 인턴을 하면서 미리 이 부분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크게 배우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짧은 3개월이지만 아직은 홍콩이 살고 싶은 도시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가 매우 높고 날씨도 더우며 물가도 비싸서 그러하다. 하지만 나중에 홍콩을 생각 했을 때 6개월 동안 나를 많이 성장 시켰던 고마운 도시로 남아있을 것 같다. 지난 3개월 홍콩 라이프를 즐기며 최선을 다해 살았다. 앞으로 남은 3개월도 잘 부탁한다. 홍콩아~

홍콩 거주 위클리홍콩 독자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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