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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책임질 사람이 판단하게 하라
위클리홍콩  2019/05/07, 15:50:52   
한국경제신문 이학영 논설실장
“책임질 사람이 판단하게 하라”

2008년 미국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1929년의 경제대공황에 비유될 정도의 혼란을 전 세계에 안겼습니다. 월가 금융회사들이 저(低)신용자들까지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고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라는 주택대출상품을 남발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들의 파산은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과 공포 속에서 얼어붙게 했습니다.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는 책임지지 않는 행동으로 빚어진 대표적 사건”이라고 진단합니다. “당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학 연구논문 밖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리스크 모델들을 이용해 파멸적인 리스크를 숨기는 방식으로 상당한 돈을 벌었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은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5월3일자 B3면 기사 <그럴듯한 말만하는 리더들…그들은 모든 것을 책임질 준비가 됐나>는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무너뜨리는가’에 대한 탈레브 교수의 경고를 소개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존재에 관한 이 질문의 답은 ‘책임’이라는 한 단어에 집중된다.” 탈레브는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임의 균형’이 이뤄져야 하며, ‘책임의 균형에 반하는 모든 논리는 거짓’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낳은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있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만드는 문제현상은 세계 경제, 정치, 학계, 언론 등 사회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 심각한 사회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세상의 모든 비극과 몰락은 ‘행동하는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이 일치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망각될 때’ 벌어진다고 탈레브는 경고합니다. “실제 현실의 삶을 살아본 적 없는 현 시대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은 전혀 똑똑하지 않다. 이들은 과학과 과학주의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과학주의를 과학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정의’에 대한 경고도 귀 담아둘만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를 해석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의 정의관은 상당 부분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을 두고 책임 또는 사회적 책임으로 옹호한다.” 탈레브 교수는 “자신의 예측능력을 과신하는 사람들,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판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덧붙입니다. “자신의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사람이 직접 그 일에 관여해야 한다. 책임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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