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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나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위클리홍콩  2019/01/22, 18:50:42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다이애나 듀서는 2004년 ‘잘 보존된’ 10년짜리 그릴 치즈 샌드위치를 경매에 내놔 2만8000달러(약 3000만원)에 팔았습니다. “10년 된 샌드위치는 뭐고, 이 엄청난 가격은 또 뭔가. 듀서는 샌드위치를 구운 프라이팬 자국에 새겨진 성모 마리아의 형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 샌드위치는 단숨에 ‘신성한 기념물’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인간이 특정 신념에 지배당할 때 벌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은 이 밖에도 무수하게 많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월11일자 A27면 기사 <지각지능 파고든 착각과 오해…비판적 사고 버튼 꺼버린다>는 인간의 지각이 ‘일상적인 착각과 편향’으로부터 얼마나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무수한 방식으로 기만당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인간의 오감은 서로 관련돼 있으며, 뇌가 그것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지각이 달라진다. 수면부족 상태에서의 기억 왜곡과 지각의 혼란, 술을 마셨을 때 상대방이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비어 고글(beer goggle) 현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안과의사이자 인간지각 전문가인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는 “편견과 오해, 착각과 오류, 환상과 망상, 자기기만 등 올바른 지각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요인은 부지기수”라고 경고합니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은 보이는 대로 존재하지 않으며, 많은 요인이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되풀이하는 것 역시 이런 ‘지각지능(PI) 미숙’ 탓입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눈꺼풀에 뭔가 끼는 바람에…”라며 충동구매를 후회하는 것도 잠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물건 구입에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선거 투표, 종교적 선택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의 지각지능과 감정이 구매 당시에는 흐려졌다가 비로소 본모습을 되찾는다는 것이 슬픈 진실이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나면 멍청했고, 쓸데없이 낭비했으며,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당황하고 실망한다.” 하지만 그런 후회는 잠시 뿐입니다. “뇌에서 전격적으로 분출한 도파민 때문에 구매할 때의 느낌이 들떠 있어서 우리는 지난번에 얼마나 어리석게 굴었는지 잊어버린다.”

이런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각지능을 높이는 게 급선무입니다. “지각지능은 획득된 기술이다. 자각과 함께 시작되고 연습을 거쳐 습관이 된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던 사람도 적절한 지식이나 다른 시각을 갖게 되면 ‘과연 내가 상황을 올바르게 해석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건을 만나고 말고는 내 소관이 아니지만,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각자의 몫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극복한 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린다. 그런 사태에 대한 시각에 따라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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